인니 또 종족충돌 400명 사망…원주민이 이주민 처단

  • 입력 2001년 2월 26일 23시 23분


인도네시아에서 또다시 유혈 종족분쟁이 일어났다. 칼리만탄주 삼핏에서 최근 발생한 원주민과 이주민간의 유혈충돌로 26일까지 최소 400명이 숨지고 수천명의 난민이 탈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유혈충돌은 18일 삼핏에서 시작돼 26일에는 칼리만탄 주도(州都) 팔랑카라야까지 확산됐다. 원주민 다약족이 창 칼로 이주민 마두라족을 처단하고 있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다약족은 마두라족을 살해한 뒤 주거지와 상가를 방화하고 시신의 사지를 절단하는 등 잔인무도함을 보이고 있다. 마두라족은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까지 합치면 1000명 이상 학살됐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삼핏에서는 26일까지 모두 7500여명의 난민이 해군 군함을 통해 탈출했다. 그러나 아직도 1만여명이 학살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집트를 순방 중인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특수부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유혈 분쟁은 수하르토 정권이 1970년대부터 인구분산 정책 차원에서 마두라섬 주민 10만명을 칼리만탄섬으로 이주시키면서 싹텄다. 이슬람교도인 마두라족이 정령신앙을 믿는 다약족 위에 군림하려 하면서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마두라족이 최근 대규모 금광산을 개발하면서 화전민인 다약족의 생활터전을 잠식하자 분쟁이 격화됐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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