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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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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당선자는 “노동당을 포함한 각 정파가 참여하는 광범위한 거국 연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패자인 에후드 바라크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연립내각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샤론 당선자는 45일 내에 내각을 구성해야 하며 내각 구성과 동시에 총리로 취임한다.
바라크 총리는 출구조사 직후 패배를 시인한 뒤 새 내각이 구성되는 대로 노동당 당수와 의원직을 사임하겠다며 “거국 연립내각 참여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잠정집계 결과 샤론 당선자가 62.6%, 바라크 총리가 37.2%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샤론 정부 아래서도 평화협상이 진전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당선자는 앞으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 등 정국 운영을 어떻게 풀어갈까. 그는 7일 당선 연설에서 어느 정도 이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를 요약하면 안으로는 거국 연립내각을 구성해 정국안정을 꾀하고 밖으로는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평화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것. 하지만 평화협상과 관련해 그는 예상대로 ‘동예루살렘 반환 불가’ 등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그의 당선연설에 비친 주요 대내외 정책을 살펴본다.
▼이-팔 갈등 심화 예상▼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샤론 당선자는 이날 리쿠드당 당사에서 열린 당선 축하연에서 “이스라엘의 이익과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인 평화협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논란의 핵심이 돼온 동예루살렘 문제와 관련해 “동예루살렘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과 함께 점령한 땅. 지난해 9월 28일 동예루살렘 내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유혈사태를 촉발한 그이기에 충분히 예상됐던 발언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과의 갈등과 마찰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샤론 당선자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남을 것이며 새 정부는 예루살렘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 예루살렘,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은 솜씨를 잃을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까지 인용해 예루살렘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이같은 대전제 아래 평화협상의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측의 폭력종식을 내걸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향해 “그간의 폭력노선을 하루 빨리 포기하고 대화창구로 즉각 돌아오라”고 촉구하면서 “평화협상은 양쪽 모두에게 매우 어려운 타협과 양보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샤론 당선자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추가 반환,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다른 핵심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공약으로 미뤄볼 때 더 이상의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영토 문제와 관련해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가자지구의 3분의 2와 요르단강 서안의 42% 정도 외에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는 1993년 양측간 평화협상의 원칙을 정한 오슬로협정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팔레스타인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그는 또 시리아와의 관계에서도 골란고원을 절대 반환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바라크에 장관직 제의▼
▽연립내각 구성〓그는 국론 통합과 계층간의 조화를 강조하면서 그 일환으로 의회(120석) 내 제1당인 노동당(24석)을 포함한 광범위한 거국 연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에서 싸운 에후드 바라크 총리에게는 국방장관직을, 시몬 페레스 전 총리에게는 외무장관직을 제의했으며 페레스는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거국 연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자신이 이끄는 리쿠드당(19석)과 우파 연정만으로는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또 노동당과의 연정을 통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대한 서방 및 아랍권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 가운데 13%를 차지하는 아랍계를 끌어안기 위해 “계층간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