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암機 폭파범 1명 종신형…12년만에 판결

  • 입력 2001년 2월 1일 00시 06분


1988년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팬암기 폭발사건 용의자 2명에 대한 판결이 지난달 31일 사건 발생 12년여 만에 내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승객 및 승무원 259명과 지상의 주민 11명 등 270명의 인명을 앗아간 이 사건의 용의자 중 리비아 정부의 정보요원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48)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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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군기지였던 네덜란드의 캠프 자이스트에서 재판을 심리해온 스코틀랜드 재판부의 라널드 서덜랜드 판사는 그러나 다른 용의자 라멘 할리파 피마흐(44)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알 메그라히의 변호사 윌리엄 테일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로커비 사건으로 딸을 잃은 영국 로커비 희생자협회의 대변인 짐 스와이어는 이날 방청석에 있다가 판결이 내려진 직후 그대로 실신해 가족들에 의해 들려나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온 수십명의 희생자 가족들도 고개를 떨구고 탄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판결 직후 미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리비아 정부가 로커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하기 전엔 유엔과 미국의 대 리비아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리비아 공무원들이 팬암기 폭발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확인한 것”이라며 “리비아 정부는 책임을 지고 희생자 유족에게 7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리비아 외무부 대변인은 판결 직후 “스코틀랜드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알 메그라히가 항소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엔주재 리비아 대사는 “리비아 정부는 로커비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99년 4월 리비아 정부가 용의자 2명을 인도하면서 일단 중단된 상태다.

이날 판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은 피마흐는 곧바로 네덜란드를 떠나 리비아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알 메그라히는 앞으로 14일 내에 항소해야 한다.지난해 5월 심리가 시작된 이번 재판에는 모두 235명의 증인이 출두했으며 1만쪽이 넘는 분량의 증언이 청취됐다. 청문회 기간만도 85일에 달했다.재판 과정에서 스코틀랜드 검찰은 “정황증거로 볼 때 2명의 용의자가 범인이 확실하다”며 살인죄 적용을 주장했다. 피고측 변호인들은 “이들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없는 만큼 당연히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제균·이종훈기자>phark@donga.com

▼로커비 사건이란▼

88년 12월21일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해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 항공 소속 보잉 747기는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공중 폭발해 270명이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미국인이었다.

용의자들은 라디오 겸용 카세트 녹음기로 위장한 폭탄을 옷가방에 넣은 뒤 이 가방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팬암기에 옮겨 실어 항공기를 폭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3년 만인 91년 9월 스코틀랜드 검찰은 리비아인 2명을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다. 리비아는 용의자 인도를 거부하다 99년 4월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용의자들을 네덜란드 헤이그로 인도했고, 미국은 대 리비아 제재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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