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뇌물스캔들 휘말려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1분


일본 자민당이 현직 의원의 뇌물 수수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한 재단법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국회에서 유리한 질의를 한 혐의로 자민당의 고야마 다카오(小山孝雄·57) 참의원 의원을 16일 체포했다.

고야마 의원은 정치자금 살포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재단법인 KSD중소기업경영자복지사업단의 고세키 다다오(古關忠男·79) 전이사장으로부터 2000만엔(약 2억원)을 받고 95년 11월부터 96년 4월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질의 등을 통해 이 재단법인에 유리한 발언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의원 비서관을 지내던 94년에는 KSD의 요청으로 국회에 중소기업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일에 적극 나섰으며 95년에는 KSD의 후원을 받아 참의원에 당선되는 등 KSD측과 유착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 상대 보험회사인 KSD는 일부 정치인에게 정치헌금 명목으로 자금을 살포한 의혹을 받아왔으며 고세키 전이사장은 이미 배임죄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고야마 의원이 체포되고 KSD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야당은 31일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KSD문제를 집중 추궁할 태세다.

차기 참의원선거가 7월29일로 확정된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으로 모리 요시로(森喜朗)정권과 자민당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 같다. 모리 총리는 15일 오후 아리카 3개국과 그리스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자민당 관계자들과 수습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자민당은 16일 고야마 의원을 차기 참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로 내정했던 것을 취소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번 사건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앞서 15일 자민당 소속 참의원 모임의 회장인 무라카미 마사쿠니(村上正邦) 참의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고야마 의원은 무라카미 의원의 비서를 지냈으며 무라카미 회장 자신도 KSD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카미 의원은 지난해 4월 밀실 담합을 통해 모리 총리 체제를 만들어낸 5명의 자민당 실력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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