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뢰더 내각 불신 확산…정권 출범후 7명 사퇴

  • 입력 2001년 1월 10일 16시 37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지는 10일자에서 이를 "하루가 멀게 터져나오는 각료들의 실수와 스캔들로 잠 못이루는 슈뢰더 총리"라고 표현했다.

요슈카 피셔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폭행 전력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터에 광우병 파동으로 안드레아 피셔 환경장관과 칼 하인츠 풍케 농업장관이 9일 전격 사임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그야 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

피셔 환경장관은 소시지가 광우병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으며 풍케 농업장관은 동물성 사료가 광우병 전염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기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두 장관은 최근 은폐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집중적인 사퇴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낙마했다.

98년 10월 슈뢰더 정권 출범이후 사임한 각료는 모두 7명. 이중 5명은 비리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다가 사임했고 14명의 현각료중 꼭 절반인 7명도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있다.

최근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는 피셔 외무장관 외에 슈뢰더 총리의 신임이 두터운 루돌프 샤핑 국방장관이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을 알고도 독일병사들을 코소보 전쟁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은 군용기를 개인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고, 율리아 니타 뤼멜린 문화장관은 인간복제를 찬성하는 발언을 해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이를 독일언론은 "집권 후반기를 맞은 슈뢰더 총리의 정치적 위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슈뢰더 총리를 잠 못들게 하는 고민은 또 있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 출신인 환경장관에 이어 외무장관까지 사임할 경우 연정의 의미가 빛바래 두 당의 우호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

ZDF방송은 일련의 사태가 16년만에 집권한 사민당과 녹색당의 정책부재에서 비롯됐을 뿐 아니라 그동안 내정을 등한히하고 코소보전 참여와 유럽연합(EU)의 영향력 확대 등 인기영합 외교정책에 치중해온 결과 라고 꼬집었다.

2002년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슈뢰더 총리의 재집권 여부는 집권후 처음 맞는 난국을 그가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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