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언론 "판도라상자 우리가 연다"…비공식 검표 추진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5분


‘판도라의 상자’가 미국 언론들에 의해 그 뚜껑이 열릴 것인가.

미국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주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투표용지의 재검표를 허용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다 하더라도 이들 논란표가 합산된 최종 득표결과는 공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일부 보도매체와 민간단체들이 연방 대법원의 판결과는 관계없이 플로리다주 일부 지역의 논란표 1만4000여장에 대한 비공식 검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들 보도매체와 사법 감시단체, 민간단체 등은 최근 ‘공문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고 있는 법률을 근거로 마이애미데이드 및 팜비치 카운티에서 자동 개표기가 유효표로 읽어내지 못한 1만4000여장의 투표지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다.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만 지금까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마이애미헤럴드 등으로부터 16건의 투표용지 접근요청을 접수했다. 학자들과 언론인들은 비공식 재검표가 실시되더라도 그 결과가 이번 대선의 최종결과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심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논란표의 비공식 재검표가 18일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의 투표가 끝난 뒤에나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 마크 세비벨 편집국장은 “비공식 재검표를 한다고 대통령 당선자가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논란표가 모두 무시된다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플로리다 국제대학 교수 안토니오 호르헤는 “재검표를 허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이라며 “언론매체 등에 의한 비공식 재검표는 결국 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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