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NYT사설]고어 무러설줄 아는 지혜 필요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1분


미국 대선 개표과정의 혼란은 미국 정치 시스템을 양분하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지가 22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다. 다음은 사설의 주요 내용.

21일 플로리다주 대법원 판결 직후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가 오늘 판결의 승자”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고어 후보가 기쁨을 만끽하는 이 순간에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고어가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관대함’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가장 먼저 나서서 판결의 부당성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부시 공화당 후보는 한참 뒤에야 공식 석상에 나타나 실망감을 표시했다.

바로 여기에 양당간의 차이점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고어 후보가 선거참모 당원 의원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통령직 ‘쟁취’에 나서고 있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지지자들의 열의가 부시 후보를 훨씬 앞지르고 있는 듯 하다.공화당 인사들의 적극성은 공화당 소속인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의 일관된 마감시한 준수 결정에서 잘 나타난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주 대법원이 안된다면 주 의회는 물론 연방 의회와 연방 대법원까지 밀고나갈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고어 후보가 직접 나서서 ‘지저분한’ 일에 관여하고 있다. 고어(Gore)가 불쌍하다는 의미의 ‘소어(Sore)’가 된 것은 단지 고어 비난자들의 의견만이 아닌 듯 하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차라리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오르고 2년 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선호하고 있다.

워싱턴 정치는 시스템이다. 한 명의 수장이 나서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워싱턴을 지배하는 냉소주의와 당파주의를 깨부수기 힘들다. 고어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반면 부시 후보는 그를 따라다니는 ‘능력없는 대통령감’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좀더 전면에 나서는 작전이 필요하다.

<정리〓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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