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집요한 이성의 추구 '티보가의 사람들'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53분


■'티보가의 사람들'/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 정지영 옮김

전5권 각권 450쪽/ 2만원/ 민음사

‘이상주의(理想主義)적 경향의 작품에 수여한다.’

노벨위원회가 못박은 모호한 노벨문학상 수상규정. 그러나 ‘인류의 진보와 평화’를 이상주의적이라고 규정한다면, 1937년 수상작에 대해서는 이 어구가 들어맞는다. 이 해 노벨위원회는 프랑스 작가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가(家)의 사람들’을 수상작으로 선정, 작품 배경인 1차대전 종전일을 기려 11월11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원고지 2만여장, 책으로 2000여쪽. 방대한 분량 때문에 전모가 알려지지 않았던 ‘티보가의 사람들’이 완역 출간됐다. 그동안 국내에는 7부 ‘1914년 여름’을 비롯한 작품 일부만이 소개돼왔다.

주인공은 저항적 인간 자크와 보수적 이성주의자 앙투안느 형제. 앙투안느는 1차대전을 받아들이지만 이성으로 자신의 목숨마저 구하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에 빠진다. 동생 자크는 전쟁에 반대해 민중의 각성을 호소하는 전단을 살포하다 비행기가 추락, 프랑스군에게 사살되고 만다.

알베르 카뮈는 ‘이 소설은 집요하게 추구되는 이성의 작품이며, 자신 외에는 다른 미래를 갖지 않은, 인간에 대한 도박의 작품이다’라고 작품이 가진 신념과 이상을 찬양했다.

이 방대한 작품을 완역한 사람은 정지영(63) 서울대 불문과 교수. 대학원생 시절 시험삼아 일부를 손댔고,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해 근 20년만에 끝을 보게 됐다. 그에게 이 책 외의 저서는 ‘불한사전’ 뿐. ‘티보가…’를 번역하면서 부딪치는 의문을 풀어가며 얻게 된 ‘부산물’이다.

특히 직접 화법과 간접 화법을 결합 교차시키는 원문 표현을 옮기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불어 표현을 적확한 우리말로 옮기는 데는 이력이 났죠. 그러나 번역을 완성시켰을 때의 그 기분은 말로 옮겨놓지 못하겠군요.”

그는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가르 국제 세미나 참석차 프랑스 니스에 머무르고 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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