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플로리다 사태]부시-고어진영 움직임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9시 14분


▼부시진영 움직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은 플로리다 주의 재검표 결과 여전히 고어 후보에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측에 ‘결과 승복’을 요구했으며 부시 후보가 이끌 행정부의 조각에 착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선거본부의 카렌 휴즈 공보국장은 10일 비공식 완료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결과 부시 후보가 327표 앞선 것으로 보도되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 주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어 후보측은 이제 소송 위협을 재고하라”면서 “ 헌정의 대통령 선출절차를 위협할 추가 재검표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부시 후보는 9일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유력시되는 앤드루 카드 전교통부장관 등과 만나 조각 문제를 협의했다. 국무장관으로는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이,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는 부시의 외교안보 고문인 콘돌리사 라이스가 내정됐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부시 진영의 수석 전략가인 칼 로브는 “우리는 최종 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 없다”며 부시가 ‘대통령 당선자’로서 국가를 이끌 준비에 착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부시측은 특히 대접전의 결과로 고어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낙심한 것을 달래기 위해 민주당 인사를 각료로 영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1960년 대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가 공화당의 더글러스 딜런을 재무장관에 앉힌 것을 염두에 둔 것. 부시측은 고어의 당선을 가정한 발언은 아예 입 밖에 내지 않는 등 부시의 당선을 확고한 사실로 강조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조만간 당선을 선포, 축하 파티를 여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고어진영 움직임▼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 진영은 플로리다주에서 부재자 투표가 포함된 최종 개표결과를 기다리는 동시에 ‘법원의 힘’을 빌려서라도 백악관에 반드시 입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구전 채비를 하고 있다.

10일 오전 비공식 완료된 재검표 결과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의 표차가 327표로 줄어든데 고무된 고어 진영은 17일까지 도착하는 부재자 투표까지 개표할 경우 고어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엄 데일리 민주당 선거본부장은 10일 성명을 통해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유권자들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법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적 검증 절차를 거친 뒤에도 부시 후보가 이긴 것으로 나타나면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투표용지의 도안문제로 논란을 빚은 팜비치 카운티에 대한 재투표 소송을 강행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부통령인 고어가 이같은 싸움을 진두지휘할 경우 그가 헌정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비칠 것을 우려, 고어는 9일 테네시 주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고 다른 참모들이 법률적 대응 등을 진행키로 했다.

또한 고어가 전국적인 지지도에서 부시에 앞섰기 때문에 플로리다 주에서 승리를 주장하는 것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어는 이날 호텔 주변을 조깅하다가 기자들로부터 “대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아주 잘 달리고 있다”고 말해 결과를 낙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고어측은 또 유권자들로부터 선거 부정 사례를 접수받기 위한 신고 전화를 설치하고 법률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재투표 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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