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과서 실태]우월성 집착 역사왜곡 덧칠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38분


일본의 구석기 유물 날조 사건은 학자의 양심을 저버린 ‘탐욕’과 ‘강박 관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가미타카모리(上高森)유적지에서 60만년전 구석기 유물이 발견됐다는 엉터리 주장은 현재 14종의 고교 교과서에 사실로 등장, 일본 역사의 유구함을 자랑하는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대일본제국’의 침략과 약탈, 학살 사실을 왜곡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다. 역사 왜곡은 현대사에 그치지 않고 고대사에 관한 내용도 심각하다. 특히 일본의 우월성에 집착하는 우익인사들이 만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펴낸 중학 역사교과서는 특히 심하다.

이 교과서는 ‘아스카(飛鳥)시대는 그리스 초기 미술에 해당한다’ ‘흥복사(興福寺)의 장군만복(將軍萬福) 등은 이탈리아의 대조각가 미켈란젤로나 도나텔로에 필적할 정도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는 독단적인 미술 비평이며 일본 민족의 우월성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에는 세계 4대 문명에 앞서 1만년 이상이나 계속됐던 문명이 있었다”고 기술해 국가 성립 단계의 문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원시문명을 동일한 차원에서 비교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일본내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이를 ‘편협한 국가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우익 편향의 교과서들은 특히 천황 중심의 역사관과 지배자 중심의 국가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신화 속의 인물을 실존인물로 취급해 히로히토(裕仁)천황을 제124대 천황, 현재 천황을 125대 천황으로 기술하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가 ‘일본은 신(神)의 국가’라고 발언한 것은 바로 이같은 비뚤어진 역사관에서 비롯됐다.

이 교과서는 중국과 한반도에서 문화가 유입된 사실도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마토(大和)정권이 한반도 남부에 식민지를 경영했다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최근 학계의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익 사관에) 불리한 것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정책에 실패한 야마토정권이었지만 예기치 않았던 강국 고구려 등으로부터 조공을 받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거나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겸허하게 문명을 배우기는 하지만 결코 복속은 하지 않았다. 이는 고대 일본의 변함없는 자세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같은 역사 서술은 역사적 사실 중 한 부분 만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일본이 아시아, 나아가 세계 역사의 중심이었다는 환상을 청소년에게 심어 주려는 발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국민의 역사' 고대사 왜곡 실태
항목기술 내용비고
일본문화-아스카시대는 그리스의 초기미술에 상당한다
-흥복사의 장군만복 등은 이탈리아의 대조각가 미켈란젤로나 도나텔로에 필적한다
독단적 미술비평을 통한 우월성 강조
일본문명-일본열도에는 거의 1만6500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토기가 발견됐는데 현재 세계 최고(最古)다.
-4대문명에 앞서 1만년 이상 장기적으로 계속됐던 문명이 있었다
편협한 국가주의
천황중심
사관
-진무(神武)천황은 45세때 야마토조정을 평정하고 초대천황에 즉위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은 ‘신의 나라’이므로 크리스트교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부를 추방했다
천황 및 지배자중심의 국가의식 강조
중국 및 한반도 무시-야마토조정은 한반도 남부에 세력권을 차지했다. 이는 임나일본부라고 불렸다
-야마토조정은 예기치 않던 강국 고구려 등으로부터 조공을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겸허히 문명을 배우면서도 결코 복속은 하지 않는다-이것이 그후 변하지 않는 고대일본의 기본자세였다
부분적인 사실을 확대해석하고 새로운 연구경향 등 불리한 부분은 무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