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이-팔 중재 나도 한번"…중동방문 유혈종식 촉구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50분


‘꿩도 먹고, 알도 먹고.’ 중동을 향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슈뢰더 총리가 코소보 사태 당시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과 함께 블라디미르 밀로셰비치 전 유고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발칸정상회담과 재건계획인 ‘신 마셜플랜’을 성사시켜 발칸평화에 기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동지역의 새로운 중재자로 발벗고 나섰다.

5일간의 일정으로 중동 순방에 나선 슈뢰더 총리는 28일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에스마트 압델 마기트 아랍연맹 사무총장 등을 만나 중동평화와 독일―아랍간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슈뢰더 총리는 30일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유혈사태의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할 예정.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지는 30일 “이번 순방이 유혈사태의 중재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에서 독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와 요르단을 방문하는 슈뢰더 총리는 중동평화문제와 함께 경제분야에도 초점을 맞춰 협력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올 초 21세기 외교전략으로 국제무대에서의 역할 강화를 채택한 독일은 코소보 등 국제 분쟁지역에서 발빠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유고사태의 해결 이후에는 눈을 중동으로 돌려 유혈사태의 중재와 거대 잠재시장의 개척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려는 것.

독일은 지금까지 유대인 학살 배상 비용으로 이스라엘에 400억마르크(약 20조원)를 지원했으며 팔레스타인 재건비용으로도 8억7000만마르크(약 4350억원)를 원조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6억달러 상당의 잠수함 2대를 독일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슈피겔지는 최신호에서 “중동의 유혈사태는 그동안 미국에 가려있던 독일이 분쟁의 중재자로서 경제적인 위상에 걸맞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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