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모리내각 '피랍자 3국 발견' 발언 파문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46분


4월 발족시 단명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안정세를 유지해온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이 총리의 ‘피랍자 제3국 발견안’ 발설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총리의 자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당 내로 확산되면서 퇴진 요구도 나오고 있다.

모리 총리는 24일 국회에서 “3년 전 방북시 제안했던 ‘피랍자 제3국 발견안’은 특정인의 생각이 아니라 방북단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피랍자 제3국 발견안’은 북한에 피랍된 일본인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납치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제3국에서 발견된 것처럼 해 풀어보자는 편법. 이날 모리 총리의 발언은 나카야마 마사아키(中山正暉)전 건설상의 아이디어였다는 그간 해명을 번복한 것. 이는 나카야마 전 건설상이 “정치인의 도리를 저버린 거짓말”이라며 강력히 항의했기 때문이다. 총리는 이날 나카야먀 전 건설상에게 사과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자민당 내 소장파 의원은 “모리 총리가 퇴진하고 조속히 총재선거를 치르자”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민당 총무회의에서도 “여당이라고 총리를 무조건 옹호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왔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도 “심각한 사태다. 정치판에서는 하찮은 문제가 크게 번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보수당의 오기 지카게(扇千景)당수도 “피랍자 가족이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측도 24일 국회에서 모리 총리의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25일 정례 당수토론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번 파문은 북한과의 수교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정부의 가장 큰 현안을 잘못 건드린 것이어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모리 총리는 외무성이 아닌 비선조직을 통해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구설수에 올랐다. 남북과 북―미가 효과적인 접촉을 하고 있지만 일본은 별 외교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 모리 총리의 외교력에 대한 비판도 강해지고 있다.

이번 소동으로 모리 총리가 강조해온 정보기술(IT)투자계획과 교육개혁 노력도 빛을 잃고 있다. 또 12월 대대적인 개각을 통해 정권기반을 다짐으로써 적어도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아사히신문이 22,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리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28%에서 23%로 떨어졌다. 자민 공명 보수당의 3당 연립에 대한 지지율도 27%에서 19%로 떨어지면서 연립정권발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모리총리의 외교 관련 구설수◇

▼4월▼

-나는 지금 총리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중의원에서 외교일반에 대한 총리의 생각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7월▼

-이 이상은 정부로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미 해병대가 생각해야 할 것이다(강제추행을 한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원의 처리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9월▼

-아시아국가는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이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일 미군은 주변 여러 나라를 안심시키는 재료가 되고 있다(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다른 나라 문제로 별 생각이 없다(유고연방대통령 선거결과에 대한 감상을 묻자).

▼10월▼

-글쎄. 정말 서로 냉정해 주었으면 좋겠는데(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에 대해).

-우호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북―미회담 결과에 대해 묻자).

-3년 전 북한에 갔었다. 행방불명자라고 해도 좋으니까 베이징이든, 파리든, 방콕이든 거기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고 당시 제안했었다(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회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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