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총리는 24일 국회에서 “3년 전 방북시 제안했던 ‘피랍자 제3국 발견안’은 특정인의 생각이 아니라 방북단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피랍자 제3국 발견안’은 북한에 피랍된 일본인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납치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제3국에서 발견된 것처럼 해 풀어보자는 편법. 이날 모리 총리의 발언은 나카야마 마사아키(中山正暉)전 건설상의 아이디어였다는 그간 해명을 번복한 것. 이는 나카야마 전 건설상이 “정치인의 도리를 저버린 거짓말”이라며 강력히 항의했기 때문이다. 총리는 이날 나카야먀 전 건설상에게 사과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자민당 내 소장파 의원은 “모리 총리가 퇴진하고 조속히 총재선거를 치르자”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민당 총무회의에서도 “여당이라고 총리를 무조건 옹호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왔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도 “심각한 사태다. 정치판에서는 하찮은 문제가 크게 번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보수당의 오기 지카게(扇千景)당수도 “피랍자 가족이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측도 24일 국회에서 모리 총리의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25일 정례 당수토론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번 파문은 북한과의 수교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정부의 가장 큰 현안을 잘못 건드린 것이어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모리 총리는 외무성이 아닌 비선조직을 통해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구설수에 올랐다. 남북과 북―미가 효과적인 접촉을 하고 있지만 일본은 별 외교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 모리 총리의 외교력에 대한 비판도 강해지고 있다.
이번 소동으로 모리 총리가 강조해온 정보기술(IT)투자계획과 교육개혁 노력도 빛을 잃고 있다. 또 12월 대대적인 개각을 통해 정권기반을 다짐으로써 적어도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아사히신문이 22,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리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28%에서 23%로 떨어졌다. 자민 공명 보수당의 3당 연립에 대한 지지율도 27%에서 19%로 떨어지면서 연립정권발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모리총리의 외교 관련 구설수◇
▼4월▼
-나는 지금 총리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중의원에서 외교일반에 대한 총리의 생각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7월▼
-이 이상은 정부로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미 해병대가 생각해야 할 것이다(강제추행을 한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원의 처리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9월▼
-아시아국가는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이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일 미군은 주변 여러 나라를 안심시키는 재료가 되고 있다(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다른 나라 문제로 별 생각이 없다(유고연방대통령 선거결과에 대한 감상을 묻자).
▼10월▼
-글쎄. 정말 서로 냉정해 주었으면 좋겠는데(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에 대해).
-우호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북―미회담 결과에 대해 묻자).
-3년 전 북한에 갔었다. 행방불명자라고 해도 좋으니까 베이징이든, 파리든, 방콕이든 거기에서 발견됐다고 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고 당시 제안했었다(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회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