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정상회의]상당수 정상 內憂때문 '가시방석'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8시 54분


서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는 26개국 정상들 중 국내 정치 경제 현안 때문에 ‘좌불안석’인 지도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유럽권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이 대표적인 경우. 이탈리아의 줄리아노 아마토 총리는 참가국 정상 중 유일하게 20일 서울에 왔다가 그날 바로 되돌아간다. 이유는 이날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차기 총리 후보 임명식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

중도좌파연합을 이끌고 있는 아마토 총리는 당내 경선에서 져 총리 후보직을 내놓은 상태. 후보직은 잃었지만 현직 당수로서 후보 임명식에 참가해야 하는 아마토 총리는 불편한 심기 때문에 당초 ASEM에 불참하겠다고 했으나 주최측의 집요한(?) 부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파리시장 시절 불법 정치자금 조성에 연루됐다는 스캔들이 터지면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1, 2차 ASEM에 ‘개근’한 그는 ‘프랑스―코레아 2000’박람회도 참관하고 한국 문화도 둘러보기 위해 일정을 4, 5일 정도로 넉넉하게 잡았으나 이런 이유로 폐회식이 끝나는 대로 돌아간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얼굴이 어둡기는 마찬가지. 석유대란 이후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데다가 이번 주 초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울 회의에서 제2차 ASEM의장 자격으로 개회식 연설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가장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이달 초 국회가 자신의 공금 유용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데다가 건강까지 악화돼 막판까지도 서울에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태국의 추안 리크파이 총리는 국내 경제 불안으로 19일 서울에 오자마자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태국은 요즘 다시 바트화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자 총리의 서울 방문을 ‘한가한 외유’처럼 보는 시각이 비등하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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