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클린턴'… 유혈충돌로 공들인 평화 무산위기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47분


코멘트
16일 이집트 홍해의 휴양도시 샤름알셰이흐로 향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마음은 착잡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7년여 동안 중동평화협상 타결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나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사태는 꼬일 대로 꼬여 중동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틀 전 그는 6자 정상회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이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공들인 중동평화협상이 폭력사태로 치달아 가슴이 아프다”며 "회담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100여명이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부상할 정도로 악화된 유혈충돌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재임기간 중 평화협정 체결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취임이후 이번 회담까지 8차례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한쪽에서는 줄곧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나왔으나 이스라엘 측에서는 암살된 이츠하크 라빈 총리를 비롯해 베냐민 네타냐후, 에후드 바라크 총리까지 3명이 번갈아 나왔을 정도.

클린턴 대통령의 최대 성과는 93년 오슬로 협정 체결. 87년 이후 계속된 팔레스타인측의 '인티파다(봉기)’로 거리에 포연과 돌팔매가 난무하던 당시 그는 양측 지도자들을 설득해 평화공존이라는 대타협을 이끌어 낸 것.

클린턴 대통령은 이후 5년간 팔레스타인 자치를 후원하면서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철수를 공식화하는 등 중동평화협정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특히 7월 캠프데이비드 회담은 팔레스타인이 국가를 창설하고 국경을 확정짓는 최종단계에서 동예루살렘 문제로 결렬돼 그에게 뼈아픈 회한으로 남아있다. 클린턴마저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이번 회담에서 '발등의 불 끄기’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