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객기 납치범 이라크에 투항…승객 전원 석방

  • 입력 2000년 10월 15일 08시 09분


승객과 승무원 등 105명을 태우고 런던으로 향하던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소속 여객기를 공중납치했던 무장괴한들이 14일 밤 여객기가 바그다드에 착륙한 뒤 승객 전원을 석방하고 이라크 당국에 투항했다.

이집트와 사우디 항공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다를 이륙한 사우디아라비아 항공보잉 777-200 여객기는 이날 오후 무장괴한에 의해 납치돼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국제 공항에 잠시 기착한 뒤 이라크의 사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납치범은 애초 4명으로 알려졌으나 여객기가 사담 공항에 내린 뒤 이날 오후 11시20분(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20분) 승객 103명 전원을 석방하고 투항한 납치범은 사우디인 2명으로 밝혀졌다.

이라크 국영 TV방송은 7시간여에 걸친 납치극이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며 납치범들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고 전했을 뿐 해결과정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측은 피랍 여객기에 납치범 2명을 포함해 90명의 승객이 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영국인이 40명,사우디,파키스탄인이 각각 15명, 남아프리카 공화국인 4명, 예멘인 4명, 케냐인 2명이 탑승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 프랑스, 인도, 오만, 레바논,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인 각각 1명이 탔다고 밝혔으며 승무원은 에티오피아인 기장 등 모두 15명이다.

여객기가 사담 후세인 공항에 내리자 이라크 경찰 등 치안 병력들이 배치돼 경계를 펼쳤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차, 앰뷸런스 등이 출동했고 인질 석방에 대비한 버스도 공항에 도착했다.

납치범들은 앞서 피랍 여객기를 다마스쿠스 공항에 착륙시키려다 시리아가 거부하자 바그다드로 향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공항 상공을 선회하다가 다마스쿠스에 잠시 착륙했다.

레바논 및 키프로스 공항 소식통은 다마스쿠스 공항에 착륙하기 전 납치범들이 TNT를 갖고있으며 바그다드 비행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여객기를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여객기 납치범들의 정확한 범행 동기나 요구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이라크 내부부 관리인 타허르 하부시는 "납치범들이 사우디의 인권에 대한 외국의 조사가 너무 정부에 호의적인데 반발해 여객기를 납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납치범들은 또 이라크가 미국의 패권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여객기가 바그다드로 향하도록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납치범들은 투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정부를 비난하면서 이라크 정부를 찬양했으나 정치적 망명은 신청하지 않았으며 이라크에 머물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한 납치범은 "우리는 정의와 평등의 원칙을 믿기 때문에 이번 일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납치범은 "사우디 국민들은 사우디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으며 보건과 사회보장, 교육 등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린스 파드 빈 압둘라 빈 모하마드 사우디 국방차관은 "현재 제3자 중재로 이라크 당국과 접촉 중"이라며 "납치된 보잉 777기는 수시간 내에 사우디로 반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야드.바드다드 AP.AFP= 연합뉴스] yung23@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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