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폭풍 넘고 차종 다양화
친환경 차량 전략도 美서 통해
언더독서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
“자율주행 기술력 입증이 과제”
1986년 소형차 ‘엑셀’을 미국에 수출하며 시작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이 올해로 40년을 맞는다. 수출 첫해 16만 대, 다음 해인 1987년 26만 대를 판매하며 현지 시장에서 ‘언더독’으로 떠오른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에서만 연간 약 90만 대, 북미 시장 전체에서 약 120만 대의 차를 판매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진출 40주년을 맞아 올해를 북미 시장 ‘제2의 도약’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총 210억 달러(약 30조38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현지에서 연간 12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관련 업계와 투자 시장 등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목표가 원활히 달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키워 온 판매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고율 상호관세 폭풍을 무난히 넘긴 데다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 중 하나인 ‘차종 다양화’도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에 주력한 현대차의 전략이 현지 시장에서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교통통계국(BTS)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24년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량은 87.1%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차그룹의 친환경 차량 판매도 89.7%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베스트셀러인 투싼 등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세단인 아반떼,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사진) 등 다양한 차종을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하이브리드로 출시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하이브리드 차종을 현재 8종에서 2030년까지 18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환율 환경도 현대차그룹에는 불리하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환율 1350원을 기준으로 잡았다. 하지만 현재 환율이 1400원대 중반대를 오가면서 적잖은 영업이익을 추가로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증권 윤혁진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영업이익이 2600억 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15%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절반 가까이 상쇄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숙제도 안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테슬라의 자율주행(FSD)과 비슷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대표적 과제다. 최근 송창현 전 AVP(미래플랫폼)본부장(58) 사장이 회사를 떠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연구 조직을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할 때 승차감이나 성능을 따지듯, 자율주행 성능을 ‘비교 선택지’로 넣게 될 것”이라며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은 것처럼 현대차도 결국 이 기술 격차를 극복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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