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문학상 가오싱젠 "살아남기 위해 글썼다"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9시 22분


“문학은 정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오싱젠(高行健·60)은 “중국 문화혁명 이후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글쓰는 것을 배웠다”고 12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오는 “중국에서 가족조차 나를 밀고하지 않으리라고 믿을 수 없었다”며 “몰래 썼던 원고를 몇 뭉치씩 불태워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술회했다.

12년 전 프랑스에 망명한 뒤 3년 전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중국에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리 근교 바뇰레에 있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가오는 노벨 문학상 100년 역사상 중국인으로는 처음 수상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저 놀랍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유력 수상자 명단에조차 거론되지 않았으나 수상자가 된 데 대해“그런 편이 더 나은 것 같다”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그가 사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는 그가 그린 그림들이 여기 저기 걸려 있다.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화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오는 “어렵게 얻은 창작의 자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83년 그를 강제노동 수용소에 보내려고 했으며 89년에는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 그의 모든 작품의 출판과 공연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가오는“나는 정치가가 아니며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면서도 “노벨상 수상이 내가 중국의 공산주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그의 수상 소식에 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홍콩의 언론은 환호를 보냈으나 본토에서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는 것.

홍콩의 태양보는 “화인(華人)이 드디어 노벨문학상 제로의 장벽을 뚫었다”며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으며 명보 등 다른 신문들도 가오의 작품세계까지 곁들여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당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3일 조간은 물론 인터넷판에도 가오의 수상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관영 CCTV도 다루지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이 수상사실만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이다.

<정미경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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