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1만1046종 멸종위기" 세계보존연합 보고서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50분


이베리아반도를 어슬렁거리는 살쾡이, 뉴질랜드 해안을 헤엄쳐 다니는 돌고래, 캐비아를 제공하는 철갑상어,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모리셔스의 산에만 서식하는 빨간 꽃을 피우는 작은 나무.

이들은 다음 세대에서는 보지 못하게 될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이다.

멸종위기에 놓인 세계의 동식물을 연구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보존연합(WCU)은 최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목록을 담은 보고서를 통해 “대략 1만1046종의 동식물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발표했다.

WCU는 “지난 500년 간 816종이 완전히 멸종했거나 동물원에만 남아 있다”면서 “포유동물 4종 가운데 1종, 조류는 8종 가운데 1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약 7000명의 세계 각국 학자와 관련단체를 통해 세계 구석구석을 돌며 멸종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 1만8000여종의 동식물을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WCU는 또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온 1400만여종의 동식물 가운데 실제로 확인된 것은 175만여종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수많은 동식물이 인간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식물 보호론자들은 현재 각종 동식물의 멸종률이 자연 상태보다 1000배에서 1만배 정도나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때문이라는 주장. 도시 팽창, 벌목, 사막화, 무분별한 농경과 어업 등이 지구상 생물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식물 멸종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누군가가 파리에 있는 루브르박물관에 불을 지르거나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를 폭파시킨다면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며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자연 생태계에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WCU는 1996년에도 비슷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멸종한 것과 다름없는 동물은 169종이었으나 이번에는 180종으로 늘어났으며 조류의 경우 168종에서 182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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