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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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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후속조치를 논의키로 했다.
양측 지도부는 팔레스타인의 무장봉기로 인해 중동이 불바다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으려는 미국 등 서방세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화해 쪽으로 일단 방향을 틀었다.
전격적인 휴전 합의를 이끌어 낸데는 유혈사태가 계속될 경우 쏟아질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세의 비무장 소년이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에 숨져 가는 장면이 TV 전파를 타고 지구촌에 생생하게 전해지면서 이스라엘측은 화전(和戰) 쪽으로 급선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와 함께 재임중 중동평화협상 타결을 최대의 치적으로 남기려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양측의 화해를 위해 안간힘을 쓴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양측 지도부의 일방적인 휴전협정만으로 극도로 흥분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가라앉힐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랍국가 강경 대응= 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측에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란의 종교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등은 2일 "현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은 이슬람의 적에 대한 성전(聖戰)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과 시리아간의 평화협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접국인 요르단은 압둘라 2세 국왕의 지시로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여론=프랑스 스페인 등 각국 정부가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당수가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유혈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스라엘측을 성토했다.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유럽연합(EU) 중동특사도 "팔레스타인 영토내에서의 (이스라엘측) 도발행위로 온갖 평화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이에 샤론 당수는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알 아크사 사원 방문이 폭력사태를 야기했다는 주장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화해 노력=중동평화협상을 중재해 온 미국과 유엔으로서는 이번 사태로 협상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해 왔다.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클린턴 대통령이 곧바로 양측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화해를 촉구한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2일 "유혈사태에도 불구하고 중동평화협상은 계속돼야 하며 반드시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