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민 기본권 규정 '인권法' 발효

  • 입력 2000년 10월 3일 01시 19분


영국 법률사상 권리장전(1688) 이후 300여년만에 최대의 변화로 평가되고 있는 인권법이 2일 발효됐다.

1953년 서명한 유럽인권협약이 이날 성문화된 국내법으로 발효됨으로써 영국 국민들은 이제 법원이 정하는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영국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성문화된 헌법이 없어 시민들은 지금까지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통해서만 인권을 누릴 수 있었다.

이번에 발효된 인권법은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고문 등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표현의 자유' '결혼의 자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영국 시민들은 이같은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영국의 법원에 호소할 수 있게 됐다. 또 법원은 의회 또는 행정부가 만든 법령이 인권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할 경우 이같은 법령을 개정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게 됐다.

인권법은 이미 지난해 스코틀랜드에서 발효가 됐으며 이번 조치로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서도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인권법 발효에 따라 법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의 권력남용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영국에서 수세기 동안 지속돼온 의회 우위의 정치제도가 사법부 우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인권관련 단체들은 인권법 발효를 영국 역사의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일제히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권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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