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세계화시위 "프로 뺨친다"…매일-휴대전화 정보戰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49분


국제적 시민단체가 취하는 시위방식이 급속히 조직화 체계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정부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확대 발전으로서의 세계화’에 암묵적인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한편에서 이 도도한 흐름에 대항하는 비정부조직(NGO)의 ‘세계시민불복종’운동은 그 저항의 갈래만큼이나 다양한 최신 방식으로 세계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사흘 전 의욕적으로 개막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는 일정을 하루 줄이고 27일 서둘러 폐막됐다. 수십개국에서 온 NGO 단체들의 세계화 반대 시위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세계화 반대’를 국제적으로 이슈화하는 데 성공한 이후 강화돼온 국제 NGO들의 양상은 명실상부한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가고 있다. 시위의 조직화 경향은 그 대표적인 사례.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위가 좀더 치밀해지고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 주간 신문 디 차이트에 따르면 프라하 시위 참가자들 중 일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있는 전문 시위자 단체인 ‘러커스 협회’의 훈련장에서 5일 동안 시위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해병대 훈련 뺨치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평화적이지만 효과적인 시위 방법을 배우며 특히 언론 매체의 관심을 끄는 방법을 익혔다는 것. 지금까지 이 훈련장을 거쳐간 사람은 2000명선.

또 체코에 입국한 시위 지도부는 프라하 교외의 농장에 지휘캠프를 차려놓고 구체적 지침을 ‘복습’했다고 영국의 BBC는 전했다. 시위 도상훈련은 물론 인간띠 만들기, 응급처치법, 나무타기, 가두연설, 언론대응법 등 구체적 각론까지 철저한 리허설을 거쳤다는 것.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경제적 세계화에 저항하는 모임(INPEG)’은 1년 전부터 웹사이트를 열어 놓고△환경파괴 △사회적 불평등 △빈곤 △인권과 민주주의 파괴라는 측면에서 세계화를 집중 공격해왔다.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에 공감했다. 또 9월26일을 의미하는 ‘S26 컬렉티브’라는 웹사이트도 세계 각국의 NGO와 연계전략을 펼쳐왔다.

프라하 시위대들은 지난해 시애틀 시위 때의 경험을 적극 활용해 소그룹으로 나눠 이합집산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진압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또 노트북 컴퓨터를 통한 E메일과 휴대전화 등의 통신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인디 미디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시내 시위상황과 관련 속보를 수시로 전달했다. 이날 시위대는 회담일정 단축 소식에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성을 올렸다.

▽전망〓시애틀 시위 이후 NGO 단체들의 반 세계화 연대는 국제적으로 훨씬 공고해지고 있다. 구성원들의 이력은 기독교도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노동운동가 환경운동가 등 사상적, 직업적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과 주식 상승을 유일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세계화에 저항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강한 응집력을 갖고 있다.

일명 ‘시애틀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여러 조직을 국제적으로 연계시켜 앞으로도 세계적 차원의 ‘반 세계화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과 ‘프라하’는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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