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시드니 올림픽 '여성 만세'…전체선수단 40%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53분


‘시드니 올림픽은 여성 올림픽.’

27회 시드니 올림픽이 개막된 15일. 올림픽 스타디움을 메운 11만명의 관중과 세계 30억 TV 시청자는 최종 성화봉송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봉송 주인공 6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16회 멜버른 올림픽 육상스타로 지금은 근육경화증 때문에 휠체어에 앉은 베티 쿠스버트와 호주 원주민 출신 육상 영웅 캐시 프리먼 등 왕년의 스포츠 스타였다. 1900년 2회 파리 올림픽에 처음 여자선수가 등장한 이래 100년 만에 ‘여자 올림픽’이 만개 하는 순간이었다.

외신은 이번 올림픽을 200개국 선수단 1만여명 중 4000명이 여자선수로 명실상부한 ‘헤로인’ 올림픽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장애인인 쿠스버트와 원주민인 프리먼이 성화주자로 나선 것은 인종장벽과 신체적 장애를 뛰어넘어 올림픽정신을 구현한 것”이라고 높이 평했다. BC 776년에 시작돼 1600년 전통을 가진 올림픽에 새로운 역사가 열린 것이다.

대회가 한창인 요즘도 단연 화제는 여성선수에 몰려 있다. 여성최초로 올림픽 5관왕에 도전하는 미국의 메리언 존스. 이미 1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곧 200m, 400m, 1600m 계주, 넓이 뛰기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성화를 점화한 프리먼은 400m에서 금메달을 따 인기가 치솟았다.

한국 선수단 가운데서도 여자 선수의 인기는 최고다. 양궁 개인전 1∼3위와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 애국가를 세계에 울려 퍼지게 한 윤미순 김남순 김수녕 등 3인의 궁사(弓士), 깜찍한 용모의 사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등. 이렇다 보니 만일 여자 참가 선수가 없었다면 올림픽을 보는 즐거움이 과연 요즘 같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을 부활시킬 때 여자의 역할은 우승한 남자선수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정도였다. 쿠베르탱 남작의 ‘편견’에서였다. 당시에는 심지어 “여자가 참가하면 올림픽 품위가 떨어진다”는 말도 있었다. 이 때문에 1896년 1회 아테네 올림픽에는 한 명의 여자 선수도 참가하지 않았다.

4년 뒤 2회 파리대회에는 테니스와 골프종목을 여자선수에게 개방했다. 이어 5회 스톡홀름 대회에 여자수영이 채택됐지만 여전히 여자선수는 100명을 넘지 못했다.

특히 육상 종목은 과격한 운동이 모성에 나쁘다는 생각에서 여자 선수의 참가를 막았으나 9회 암스테르담 대회 때 100m 달리기 종목을 시작으로 개방됐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여자선수는 체조 등 일부 종목에만 출전할 수 있었으나 1972년 21회 뮌헨 올림픽 때 여자선수가 1000명을 돌파하면서 운동장 내에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

이번 시드니 대회는 ‘남성 성역’으로 인식되던 역도와 수구 종목도 여성에 개방했다. 이로써 마침내 ‘여자 올림픽’이 꽃피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 여자선수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한국 여성이 역대 올림픽에서 해낸 역할은 대단하다. 1948년 14회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26회 애틀랜타대회까지 한국선수단이 획득한 38개 금메달 중 여자선수가 15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관심사는 앞으로 어떤 종목이 여자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격한 종목인 까닭에 남성만 참가하고 있는 복싱과 레슬링 등 투기 종목과 야구도 머지 않아 여성에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여자복싱과 여자레슬링이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렇듯 올림픽에 여성 참가가 활발해지면서 ‘남성 역차별 해소’ 주장도 나오고 있다. 90년대 이후 인기를 얻고 있는 여자 전용 종목인 싱크로나이즈드와 소프트볼을 남자선수에게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추세라면 곧 남녀 구별 없이 기량을 겨루는 종목도 올림픽에 등장할지 모른다.

■올림픽 여자선수 참가 일지■

1986년1회 아테네대회, 여자 종목 없음
1900년2회 파리대회, 여자 골프와 여자 테니스 채택(19)
1912년5회 스톡홀름대회, 여자 수영 채택(57)
1922년프랑스 파리에서 ‘여자 올림픽’ 개최
1928년9회 암스테르담대회, 여자 육상 100m 채택(290)
1972년20회 뮌헨대회, 여자선수 1000명 돌파(1058)
1984년23회 LA대회, 여자 마라톤 싱크로나이드즈 채택(1567)
1988년24회 서울대회, 여자선수 2000명 돌파(2186)
1992년25회 바르셀로나대회, 여자 유도 채택(2708)
1996년26회 애틀랜타, 여자 축구 채택(3626)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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