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세대 국무부 기피 …재무부-인터넷社로 눈돌려

입력 2000-09-06 18:57수정 2009-09-2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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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의 국무부를 요즘 젊은 인재들이 외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 ‘외교가 빛을 잃으면서 젊은 스타들이 국무부를 떠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냉전이 끝난 데다 미국 경제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 젊은 인재들로 하여금 국무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

새뮤얼 버거 백악관 국가안보고문의 보좌역인 모나 수트펜(32·여)은 ‘국무장관 감’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유능한 외교관이었는데 최근 백악관 파견 근무기간이 끝나자 국무부로 복귀하지 않고 인터넷 회사인 커레넥스로 옮겼다. 외교 전문(電文)이나 작성하며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외환거래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 회사에서 받게 될 연봉 10만달러는 국무부 시절 연봉의 배가 넘는다. 국무부 직원의 초봉은 연 3만2500달러 수준으로 전화회사의 고객전담창구 직원이 받는 연봉보다 적은 실정.

이런저런 이유로 94∼97년 국무부에 들어온 외교관 중 20%가 국무부를 떠났다. 연도별로 보면 32%가 이직한 경우도 있었다. 재능 있는 외교관들이 국무부보다 더 힘과 권위가 있다고 믿는 신경제 분야로 자리를 옮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외교관 공채 시험에 열을 올리던 대졸자들도 점차 외교관직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대졸자들은 국무부보다 투자은행이나 인터넷 회사를 선호하고 있으며 공직생활을 하려는 젊은이도 국무부 대신 재무부 상무부 등에 몰리고 있다는 것.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직률이 과거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또 이직자들이 가장 재능있는 인재인지를 확인할 자료가 없다. 그에 대해 분석한 바도 없다”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무부는 2년 전 이같은 현상을 심각히 여긴 나머지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도록 했던 일이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젊은 외교관들이 승진이 늦어져 좌절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는 상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기도 했다. 또 해외공관에 나가 근무할 때 맞벌이 부부에 대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지 않는 데 대한 불평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들이 국무부를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업무영역의 축소. 과거 다뤄왔던 환경 범죄 등 많은 부분이 다른 정부부처로 이관되고 있다는 점이 상당수 국무부 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미국 대사관의 경우 전체 직원 중 국무부 소속은 20%가 되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은 국무부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한 외교전문가는 “능력 있는 인재들은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고 지적하고 “국무부가 다시 외교정책과 전략 수립의 중심이 될 때 국무부에 인재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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