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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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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9일 세계정상의 발레단과 오페라단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영난으로 낡은 시설의 수리조차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온 볼쇼이극장에 대한 혁명적 개편조치를 단행했다.
이날 발표된 대통령 포고령에 따르면 그동안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사실상 재정과 운영 등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누려온 볼쇼이극장이 문화부 산하로 들어간다. 예술감독과 극장장직이 폐지되고 사장제가 도입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결코 볼쇼이와는 떼어놓을 수 없을 것처럼 여겨지던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 예술감독(60)을 해임한 것이다. 발레 스타 출신으로 인민예술가인 바실리예프는 5년 동안 볼쇼이를 이끌어왔다. 바실리예프와 함께 블라디미르 코코닌 극장장도 해임됐다.
미하일 슈비트코이 문화부장관은 “앞으로 볼쇼이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볼쇼이를 이끌 새 사장에는 예술계에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상트페테르부르크 드라마극장장을 지낸 아나톨리 이크사노프가 유력하다.
볼쇼이는 그동안 바실리예프의 독선과 경영능력 부재로 전통적인 라이벌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옛 키로프)극장 보다 뒤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신임 사장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데다가 바실리예프를 축출한데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볼쇼이 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 코메르산트지는 30일 집권 후 개혁공세를 펴고 있는 푸틴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볼쇼이극장을 놓고 ‘깜짝쇼’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예술계에서도 볼쇼이가 앞으로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게 됐다며 우려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