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금리인상 우려 가시자 경기둔화 걱정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41분


23일(미국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연방기금금리를 종전의 6.5%로 유지했다는 소식에 미 증시는 강보합세를 나타내는 데 그쳤다.

금리 뉴스가 나온 뒤 오히려 매물이 늘어나는 양상이었다. 월가 전문가들은 증시의 담담한 반응을 “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직전 발표된 각종 지표가 경기둔화를 시사해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100% 예견됐다”고 풀이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 증시는 금리인상 우려에서 일단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결정하는 FOMC회의는 올해중 10월 3일과 11월 15일, 12월 19일에 세차례 더 열린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10월 3일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금리인상이 단행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앞으로 세달 동안은 금리에 관한 한 시름을 덜게 된 셈이다.

하지만 ‘먹구름 몰려가자 어둠이 찾아 오듯이’ 금리인상 우려가 가시자 경기둔화가 또다른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향후 미 증시의 구도는 경기둔화의 속도와 양상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기술주보다는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낳을 것만은 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나스닥시장에서도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이 투자판단의 잣대가 된 이상 업황이 좋은 반도체업종을 제외한 기술업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차차 식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나스닥의 추세상승하려면 3·4분기 기술주 기업들의 수익이 좋게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분기실적 예상치 발표(pre―anouncement)를 통해 3·4분기 기업 수익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9월 중순까지는 기술주의 추세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투자패턴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7월 이후 미국 증시에서 주가수익배율(PER)이나 주가순자산가치(PBR)이 낮은 주식일수록 주가의 상승률이 높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임송학차장은 “금리인상이 일단락됨에 따라 당분간 대표적인 금리안정수혜주인 금융주가 주목을 받은 뒤 중장기적으로는 저평가된 구경제업종, 그 중에서도 전력, 가스, 소비재 등의 경기둔감주가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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