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CEO 승부욕 강하다"…구경제 CEO는 계획적

  • 입력 2000년 8월 6일 18시 33분


미국에서 닷컴 기업을 이끌고 있는 신경제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구경제의 CEO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들의 성격과 취향이 얼마나 대조적인지를 보여주는 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6일 홍보전문 회사 제리코 커뮤티케이션스(JC)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신경제 CEO들이 구경제 CEO들보다 훨씬 도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구경제 CEO 설문 응답 비교]

무인도에 갇힐 경우 가져갈 것은

순위

신경제 CEO

구경제 CEO

1

성냥

휴대전화

2

살충제

플레이보이지/플레이걸지

3

초소형 팜PC

소형 칼

4

진통제

초소형 팜PC

5

노트북 PC

노트북 PC

JC는 CEO들이 극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물었더니 이들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닷컴 기업 경영자들과 전통 산업 경영자들이 절반씩으로 구성된 376명의 CEO들이 참여했다.

에릭 예버봄 JC사장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의 인육을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신경제 CEO들의 23%가 ‘먹겠다’고 대답한 반면 구경제 CEO들은 6%만 같은 의사를 밝혔다”면서 “닷컴 기업 경영자들이 훨씬 모험심이 강하고 대담하며 본능적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기꺼이 동료의 인육을 먹겠다고 대답한 인터넷 회사 프로테우스의 CEO 제프 리(30)는 “신경제인들은 구경제 종사자들보다 훨씬 젊고 빠르고 야심도 강하며 냉혹한 측면이 많다”고 분석했다.

관심을 끈 또 다른 질문은 ‘만약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다면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답변에서 신경제 CEO들은 성냥과 살충제를 각각 1, 2위로 택한 반면 구경제 CEO들은 휴대전화와 플레이보이지라고 밝혔다.

‘만약 가능하다면 누구를 동반자로 데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신경제와 구경제 ‘지도자’들간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신경제 CEO들은 벤처투자자를 1위로 대답했지만 구경제 CEO들은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무인도에서 간절히 생각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경제 CEO들은 섹스, 신문(스포츠섹션), 가족을 1∼3위로 꼽았지만 구경제 CEO들은 골프, 비서, 자동차를 가장 아쉬워했다.

예버봄 사장은 “구경제 CEO들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성향을 드러냈으며 결정을 내리는데도 신중한 모습을 나타낸 반면 신경제 CEO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대담성을 소유한 것으로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짧은 시간에 수십억달러의 돈이 왔다갔다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등에서 CEO의 생존능력은 회사의 경쟁력을 의미한다”며 신경제 CEO들의 이같은 도전적인 면모는 매우 건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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