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개정협상]"시간 없다"점심-저녁 식사때도 협상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45분


2, 3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은 양측의 원칙적 합의를 담은 A4 용지 2장 짜리 공동발표문을 공개한 채 ‘허무하게’ 끝났다. 그러나 정부가 속전속결과 전면전으로 나섰던 이번 협상은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서의 논의로는 시간 부족을 절감한 우리 대표단은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에도 협상을 강행해 ‘밥상 협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송민순(宋旻淳)외교통상부 북미국장 등 우리측 대표단은 협상 전날인 1일 만찬, 2일 오찬, 3일 만찬을 조용한 한정식 식당에서 미국대표단과 함께하면서 ‘SOFA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협상 관계자들은 “이번처럼 상대방에게 밥을 많이 사준 협상은 드물다”고 말했다.

2일 미국측 주최 만찬에서도 양측간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협의가 밤 11시경까지 계속됐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측은 “한미 SOFA 개정이 다른 나라 SOFA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

○…우리 대표단은 3일 오후 “추가 논의를 위해 협상을 하루만 더 하자”는 뜻을 미국측에 전달했으나 미측 대표 프레드릭 스미스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가 “내 아내가 병을 앓고 있어 빨리 귀국해야 한다”며 거부해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절감.

정부 관계자는 “하루가 급한 우리 입장에서는 스미스 대표의 말이 너무 한가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집안에 우환(憂患)이 있는데 나랏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미국인의 가정중심 가치관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협상 후 공개한 ‘공동발표문’은 “구체적인 합의내용이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이틀간 별도의 실무진이 수차례 협상을 벌여 간신히 만들어낸 ‘노작(勞作)’.

미측은 이 과정에서 “한국 신문의 가판 마감시간인 오후 4시 이전에 공동발표문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한국 사정에 정통함을 과시했으나 ‘염불’(협상 내용) 보다 ‘잿밥’(홍보)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도 나왔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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