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때 극적구조 모잠비크 모녀, 美-英순회 지원 호소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37분


태어난 지 다섯달도 안된 여자 아기가 수마가 할퀴고 간 조국을 위해 모금 운동에 나서 큰성공을 거뒀다. 이 아기는 아프리카 남부 모잠비크를 휩쓸고 간 50년만의 최악의 홍수로 온 천지가 물바다가 됐던 3월 1일 비가 퍼붓는 나무 위에서 태어난 뒤 극적으로 구조돼 전세계인의 연민을 샀던 로지타 치부레.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2일 로지타가 어머니와 함께 최근 2주 동안 미국과 영국을 돌며 모잠비크의 참상과 고통받는 사람들의 얘기를 피부에 와 닿게 알려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모잠비크 정부는 7월 중순 엄청난 홍수가 휩쓸고 간 모잠비크의 처참한 상황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로지타 모녀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로지타와 어머니 캐롤라이나 치부레(23)는 곧바로 성금 모금 여행에 나서 미국 디트로이트 워싱턴 애틀랜타와 영국 런던 등 1만2800㎞를 돌며 홍수 당시 어떻게 살아났는지를 생생하게 전했다.

당시 캐롤라이나는 나무 위에 홀로 올라가 4일 동안 진통을 참았으며 3월1일 나무 위에서 비를 맞아가며 아기를 낳는 모습이 남아프리카공화국 공군 헬기 승무원들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서 “뱃속의 아기만은 살려야 될텐데…” 하는 일념으로 버텼던 4일간과 탯줄을 끊고 기적처럼 헬기로 올라가는 신생아를 바라봤을 때의 기쁨 등을 자선단체들이 마련한 강연회와 구미 언론에 나가 이야기했다.

더 타임스는 캐롤라이나의 체험담도 감동적이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로지타의 천진난만한 모습 자체가 생명의 경이와 인류애를 자극, 8월1일까지만 수십만달러의 성금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캐롤라이나 모녀는 이번 주중 남편과 두 아이가 머무르고 있는 모잠비크의 난민 캠프로 돌아갈 예정. 모잠비크 정부는 캐롤라이나에게 “언젠가는 집 한 채를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모잠비크는 올해 홍수로 수천명의 사망자와 1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데다 최근 콜레라와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퍼져 2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모잠비크 종교단체들은모잠비크 경제가 홍수 이전으로 회복되려면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서방국가에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모잠비크는 16세기 이후 포르투갈의 식민 치하에 놓여 있다가 1975년에야 독립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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