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올리가르히(과두재벌) 탈세조사 정면대결

  • 입력 2000년 7월 12일 19시 29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리가르히(과두재벌) 간의 갈등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국가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하기로 한 푸틴 대통령이 과거 올리가르히가 누려온 특권을 종식시키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세무경찰이 러시아 최대의 석유회사인 루크오일사와 언론그룹 미디어모스트,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가즈프롬사 등을 갑자기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루크오일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인 뒤 이 회사 바지트 알렉페로프 회장을 형사고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AFP 등 외신이 전했다.

알렉페로프 회장은 대표적 올리가르히 가운데 한사람이다.

경찰은 또다른 올리가르히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회장 소유의 미디어모스트 그룹을 뒤져이 그룹 산하 NTV 방송사에서 거의 모든 재무 서류를 압수했다.

이 그룹의 최대 채권자인 가즈프롬사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가즈프롬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소유한 회사다.

푸틴 정권의 공세에 올리가르히도 반격에 나섰다. 이날 NTV 등 미디어모스트 계열의 언론매체들은 “푸틴 정권의 공안 정치로 개혁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공세를 취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국가 두마(하원)에 진출해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는 베레조프스키는 이미 지난달부터 푸틴의 중앙집권체제 구축을 비판해왔으며 최근에는 “푸틴이 재벌 통제와 언론 장악을 통해 독재체제로 회귀하려 한다”며 이를 견제할 새 야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과 올리가르히의 대립은 과거 KGB에 기반을 둔 신흥 정치 엘리트들과 기득권세력의 ‘파워 게임’ 성격을 띠고 있지만 지난해 정권 창출 때부터 올리가르히에 의존해온 푸틴 정권이 이들을 완전히 배척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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