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紙 사설]"美의회 국민위해 하는 일 없다"

  • 입력 2000년 7월 11일 19시 03분


전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입법부로 꼽히는 미국 의회가 요즘 무위도식(無爲徒食)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10일 ‘여전히 거의 하는 일이 없는 의회’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아무 것도 안한다는 지적을 우려해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고 있으나 실제론 별로 하는 게 없다”고 질타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이 소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안건을 의회에 상정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소극적인 자세로 의정에 임하고 있다는 게 신문의 지적.

워싱턴포스트는 세금감면을 주장하는 공화당이 의료분야 개혁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꺼려 처방약에 대한 정부의 보조혜택이 절반 정도에게만 돌아가는 어정쩡한 의료지원(메디 케어)법안을 최근 통과시킨 것을 불성실한 입법활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신문은 최저임금인상 총기규제 선거자금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무관심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앨 고어 부통령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의회가 각종 법안을 놓고 시간만 허비한 채 국민을 위해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공화당과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각성을 촉구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10일 올 겨울 혹한에 대비, 가정용 난방유 비축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최근 각종 행정조치로 주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의회의 비협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선거의 해인 올해 민주당의 업적으로 꼽힐 만한 법안 채택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미 의회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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