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산업스파이 설친다…경쟁사 신기술 수집 혈안

  • 입력 2000년 7월 5일 19시 24분


미국 내 기업간에 경쟁사 정보를 몰래 빼내는 산업스파이 활동이 심화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부분 기업들은 스파이 활동이라는 표현 대신 ‘경쟁적인 정보활동’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경쟁사의 활동을 정탐하고 정보를 빼내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예컨대 모터로라의 경우 전세계 거의 모든 지사에 정보수집팀을 따로 두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합병이나 신기술 개발에 관한 업계 정보를 탐지하고 때로는 경쟁사 내부 분위기를 관찰하는 것이라는 것. 모터로라 정보수집팀은 1982년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이 만들었고 지금까지 CIA 출신이 계속 책임자다.

다른 대기업에도 CIA와 연방수사국(FBI) 출신들이 깔려 있다. 또 공인회계사나 시장조사가 등 공개 자료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데 능숙한 전문가들이 정보수집팀을 이끌기도 한다.

정보수집팀은 심하면 경쟁사의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무역전시회 등의 행사를 찾아다니며 경쟁업체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과 웹사이트 검색이나 특허 신청 기록 확인도 이들의 몫이다.

기업의 정보수집활동은 보통 윤리 또는 법적으로 문제가 안되는 선까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적법과 탈법의 경계가 불분명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온사는 지난해 경쟁사인 이지스그룹의 군용기 입찰과 관련, 도청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 걸려 이지스 측에 수백만달러를 지불했다. 당시 레이시온 사는 이러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시인했지만 불법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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