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 '채찍'서 '당근'으로…쿠바-북한 등 제재 완화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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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려국가(과거 불량배 국가)’에 대한 제재 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는 27일 미국산 식량과 의약품을 쿠바 북한 이란 리비아 수단 등 5개 우려국가에 수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수출 제한 완화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제정키로 합의된 법안은 주로 쿠바에 대한 수출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조만간 의회 표결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62년 ‘미사일 위기’ 이후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법을 제정, 근 40년 동안 식량과 의약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1996년에는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기업을 제재하는 헬름스버튼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1998년 3월 쿠바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한 항공기 직항 운행을 허용하는 등 약간의 유화조치를 취했다.

미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를 촉구해왔다. 백악관도 하원 공화당 지도부의 합의 소식을 접한 뒤 “쿠바 정부가 아니라 쿠바 주민들에게 보탬이 되기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도 이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금까지 테러 가능성 등을 이유로 우려국가로 지목했던 국가들에 대해 실질적인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

미 행정부는 이미 3월 이란에 대해 일부 사치품의 대미 수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으며 19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쿠바에 대한 수출 제한 완화는 미국 농업계와 제약업계의 의회에 대한 로비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미 농업계와 제약업계는 쿠바에 대한 식량 및 의약품 수출 제한이 풀릴 경우 연간 16억달러어치의 물량 수출과 2만여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한다며 농업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왔다.

쿠바 수출 제한 완화법에는 쿠바계 의원들의 반발에 따라 쿠바가 수입 대금을 사실상 자체조달한 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연간 최대 4500만달러(약 500억원) 정도의 물량을 수출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예상했다.

쿠바도 미 하원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미국 금융기관의 쿠바에 대한 대출금지 조치가 풀려 수입대금을 쉽게 마련할 방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큰 실효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미국에 대해 농산물과 의약품의 수출 허용을 주장해왔으며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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