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란다원칙 계속 유지…대법 "무효화 不可"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미국 대법원은 26일 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체포할 때 묵비권과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통보해야 한다는 이른 바 ‘미란다 원칙’은 헌법상의 규정이므로 의회입법으로 이를 무효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7명 대 반대 2명의 다수결로 1966년 대법원이 확립한 미란다 원칙을 34년만에 거듭 확인했다.

이 사건 주인공인 에르네스토 미란다는 1963년 18세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수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묵비권 등의 권리를 통보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대법원은 당시 5대 4로 “미란다의 자백을 유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이후 미란다 원칙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으로 확립됐다. 미란다는 재심에서 다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다 72년 출소했으나 76년 한 술집에서 싸움 끝에 사망했다.

미란다 원칙이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지난 해 제4 순회 항소법원이 은행강도 혐의로 기소된 찰스 디커슨 사건에서 68년 의회에서 제정된 뒤 사문화(死文化) 상태에 있던 섹션 3501조를 적용해 “미란다 원칙을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자백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미란다 원칙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압을 예방하는장치로 거듭 인정받게 됐다. 이번 판결로 미란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 온 빌 클린턴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일부 수사기관과 범죄 피해자들은 그동안 “미란다 원칙이 범죄 용의자를 풀어 주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이를 제한할 것을 주장해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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