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경영 압박, 소매 가격과 차이없어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미국의 인터넷 상점인 애시포드닷컴은 인기상품 ‘타크 호이어’ 손목시계를 지난해 성탄절 때는 일반 소매점보다 무려 35%나 낮은 개당 325∼1000달러에 팔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520∼2000달러에 팔고 있다. 소매점 가격이나 거의 다름없다.

인터넷 슈퍼마켓 바이컴도 인기 게임용 DVD를 지난해 성탄절 때는 개당 14.99달러에 팔았지만 최근에는 17.99달러로 올렸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25일 “요즘 인터넷에서 파는 물건값이 예전만큼 싸지 않다”며 “온라인으로 상품을 사면 값이 아주 싸다는 매력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인터넷 기업들이 경영압박에 처하면서 염가매출 대신 마진을 많이 붙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지명도를 얻기 위해 ‘우선 팔고 보자’는 식의 가격할인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영압박으로 이어지고, 주가 폭락과 투자자들의 외면이 심해졌다. 온라인 장난감 판매회사인 토이스마트닷컴, 페츠마트닷컴, 부닷컴 등은 수익성이 없어 다른 회사로 넘어갔거나 폐업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값을 올리거나 직원 감축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온라인 소매점의 대폭할인은 서서히 없어지고 있다.

값을 올리지 않더라도 인터넷 기업들은 최소한 택배 수수료를 올리거나 특별할인 등 혜택을 줄여가고 있다.

이들 기업에 한가닥 다행스러운 일은 온라인 소비자들이 가격변화에 그다지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 컨설팅 업체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2년 전에는 인터넷 구매자 가운데 80%가 ‘가격이 싸냐 비싸냐가 구매결정에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나 5월에는 73%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딜타임닷컴의 대표인 대니얼 시퍼린은 “인터넷 구매자들은 이제 온라인 상품구매의 편리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격이 종전보다 올라도 기꺼이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햄대의 마르시아 플리커 교수는 “결국 온라인 비즈니스는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