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산車 첫 외국인 사장 '주총시험' 통과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작년 닛산자동차의 최고집행책임자(COO)로 취임한 프랑스 르노출신의 카를로스 공이 20일 취임후 처음 열린 닛산 주주총회에서 질문공세를 받았다. 공은 이날 일본 입성후 첫 시험무대를 무사히 통과한 끝에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닛산 자동차 사장에 올랐다.

도쿄(東京)본사에서 열린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은 작년 6844억엔의 사상최대 적자를 낸데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집중 추궁, 질의응답이 4시간여 계속됐다. 하나와 요시카즈 닛산 사장은 총회 시작후 “거액의 적자를 내 주주배당을 할 수 없게 돼 죄송하다”며 임원진과 함께 일어서서 주총 참석자에게 머리를 숙였다.

공 COO는 미리 외운 유창한 일본어로 “재생계획은 예정보다 빠르게 진전돼 큰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머지 않아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질의응답에서 한 주주가 “당신이 파괴자라고 불리는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빈정거리자 “나는 외부에서 왔으나 다른 사원과 마찬가지로 경영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일본인답게 행동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올해 경영실적이 회복된다는 근거는 뭐냐”는 질문에 “이익률이 높은 차의 판매비율이 늘고 있으며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고 대답했으며 “흑자가 나지 않으면 책임지겠느냐”는 추궁에 “나뿐만 아니라 이사회 전원이 그만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그는 두시간 반 동안 주주와 ‘총회꾼’의 집요한 인신공격을 받았으나 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답했으며 때로 유머를 사용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작년보다 186명이나 많은 606명의 주주가 참석해 닛산 주총사상 가장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