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포겔知事 좌담회]"한국은 독일보다 통일 걸림돌 많아"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40분


“남북한 정상회담은 통일 장정을 ‘가시적인 거리’로 앞당긴 경사지요. 그러나 남북한의 통일 과정에는 동서독 통일보다 훨씬 많은 장벽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를 무시한채 독일 통일모델을 단순 참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독일 구동독 튀링엔주 지사인 베른하르트 포겔이 18일 내한, 독일통일과 남북한 통일논의에 대한 대담을 한국 학자들과 가졌다.

1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서울대 한국학연구소(소장 안삼환)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는 법학 (서울대 최종고) 정치학 (서울대 김세균·한신대 이해영) 역사학 (성균관대 정현백) 사회복지학 (한신대 남구현) 문학 (연세대 김용민)등 각분야 학자들이 참가해 상이한 두 체제가 민족국가로 통합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나눴다.

포겔 지사는 독일통일과 비교한 남북한 통일과정의 난점으로 △북한사회의 폐쇄성 △남북한의 경제격차 △전쟁의 경험 등을 들었다.

독일은 베를린이라는 정치적 ‘통풍구’가 있었고, 우편교환과 방송청취도 가능했던 데 비해 북한인들의 남한에 대한 무지는 통일과정에서 큰 장애요소라고 그는 말했다.

동독이 서독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돼 있었지만 북한의 기아상태와는 비교할 수 없으며, 타민족의 죄과로 분단된 한국이 동족상잔의 이력을 갖고 있는 것도 독일보다 훨씬 어려운 통일에의 과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통일 당사자간 협의 과정에서의 법률적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독일에서도 긴박한 통일 과정 중 정치가들의 초법적 행위가 불가피했던 경우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독일 통일과정이 지나치게 급속히 진행된 나머지 많은 실수를 양산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그는 “당시에는 화폐통합 등이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오늘날 독일에서 통일의 급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는 소수에 불과할 뿐”이라고 못박았다.

서독출신인 기민당(CDU) 소속의 포겔지사는 라인란트팔츠주 지사와 독일 제2방송(ZDF) 방송위 의장 등을 거쳐 1992년부터 튀링엔주 지사를 지내고 있으며 1985년부터는 유럽민주동맹(EDU) 부총재직을 맡고 있다.

그는 19일 박재규 통일원 장관을 면담하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튀링엔주 하이테크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뒤 주말에 귀국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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