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케시타 前총리 타계…韓日현안 조정 능했던 知韓派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2분


일본 정계에서 ‘킹메이커’로 불렸던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가 19일 오전 도쿄(東京)도 내 병원에서 타계했다. 향년 76세.

다케시타 전총리는 지난해 4월 노인성질환인 변형성 척추증으로 입원한 뒤 공식활동을 중단했었다. 5월1일에는 오랫동안 비서를 맡아왔던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에게 녹음테이프를 보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지역구는 동생이자 비서인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에게 넘겼다.

지난달 숨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는 그의 ‘애제자’였다. 두 사람이 25일 총선거를 앞두고 타계함으로써 자민당에 일부 동정표가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오부치파의 실질적인 오너가 사라짐에 따라 총선 후에는 자민당 내 파벌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와세다(早稻田)대 상학부를 졸업한 그는 고향인 시마네(島根) 현의원을 거쳐 1958년 중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14선을 기록했다. 관방장관 건설상 대장상 당간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야당과의 이견조정에서 수완을 발휘했다. 87년 7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총리와 결별해 경세회(經世會·다케시타파)를 만들어 독립했다.

그해 11월 총리에 취임했다. 총리 재직시 최대업적은 89년 4월에 소비세를 도입한 것.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정치헌금을 받은 이른바 ‘리쿠르트사건’이 드러나 재임 1년반 만인 89년 6월 퇴진했다. 퇴진 후에도 각종 수뢰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검은 돈의 백화점’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최대파벌의 오너로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오부치 게이조 등 후임 내각의 ‘킹메이커’로 군림해 왔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 시기를 ‘다케시타파 시대’로 부른다.

그는 오랫동안 한일의원연맹의 일본측 회장도 맡아 양국간 현안의 막후조정역을 맡아왔다. 한국 정부는 애로사항이 있으면 곧잘 그에게 부탁했다.

그의 타계는 한국의 최대 로비스트가 사라진 것을 뜻하는 측면도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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