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도쿄]"한국 사람들 생각은 뭔가요?"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47분


최근 일본 도쿄(東京) 동아일보 지사에 매스컴의 문의와 코멘트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뉴스 프로 중 시청률이 가장 높은 TV 아사히의 ‘뉴스 스테이션’ 기획담당자는 “남북 두 정상이 처음 만나 악수를 할 때 한 손으로 할 것 같은가, 두 손을 맞잡을 것 같은가”를 진지하게 물어왔다. 이 관계자는 “악수하는 법에 따라 회담이 잘 풀릴 것인지 여부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점쟁이가 아니라 답변은 할 수 없었으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진행을 하는 뉴스스테이션만의 독특한 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NHK방송측은 “내달 오키나와(沖繩) 선진8개국(G8)정상회담을 동아일보는 어떻게 보도할 예정이냐”고 물어 왔다. 일본에서는 G8 정상회담이 오키나와에서 열린다는 데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기자는 “아시아를 중시한다면서 요즘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식전 행사에는 아시아국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신의 국가’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주간현대)는 질문도 받았다. 일부 매스컴에서는 “이번에는 왜 한국에서 데모가 일어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밖에 “일본의 총선거를 주제로 한 좌담회에 참석해달라”(월간 중앙공론) “일본의 총선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가”(니혼게이자이신문)“21세기는 과연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는가”(월간 보이스)라는 질문도 있었다.

이런 저런 질문을 받으며 느낀 것은 ‘일본이 한국을 매우 의식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적인 뉴스여서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리총리의 발언이나 G8정상회담, 일본 총선, 21세기 아시아의 미래에 대해서까지 한국과 한국인의 한 사람인 동아일보 기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일본인에게 뉴스가 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이 ‘이웃의 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자 한일 사이가 예전보다 가까워졌음을 나타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심규선 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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