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식 교육받은 2세 아랍지도자 뜬다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아랍지역에 잇따라 30대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수십년간 지속돼온 ‘아랍 대 이스라엘의 적대구도’라는 정치지형은 깨질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아랍민족주의라는 명분을 내걸고 투쟁했던 1세대가 퇴장하고 서구식 교육을 받은 2세가 정치 전면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중동’의 탄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의 권력승계〓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대통령이 사망한 뒤 시리아 집권 바트당은 11일 그의 아들 바샤르(34)를 군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차기대통령에 추대했다.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정보통신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바샤르는 아랍의 맏형 노릇을 해온 매파 아버지보다는 훨씬 개방적으로 시리아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왕위에 오른 압둘라 요르단국왕(38). 그는 아버지 후세인이 사망한 뒤 권력투쟁에서 승리해 확고하게 서구식 경제개혁을 이끄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한 압둘라는 서민복으로 변장해 민심을 살피는 등 국민사이에 인기가 높다.

지난해 하산 국왕 사망 이후 모로코를 통치해온 모하마드 국왕(36)도 벨기에에서 유학한 경험을 살려 개혁에 심혈을 쏟고 있으며 이사 국왕의 뒤를 이은 하마드 바레인 국왕(45)도 바레인을 관광대국으로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지역에서 이들 신세대로의 권력이동은 중동지역 정치지형에 의미있는 충격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력이양중인 아랍국〓79년 집권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장남 우다이(35)나 차남 쿠사이(33)에게, 69년 집권한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국가원수도 두 아들 알 사디와 셰이프 알 이슬람에게 오래 전부터 권력을 이동시키고 있다.

20년 장기집권 중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의 아들들도 정계진출설과 후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아흐메드 알리 압둘 살레 예멘대통령의 아들 아흐메드(30)의 후계설도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아들 아흐메드는 이미 97년 의회에 진출, 정치에 입문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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