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보는 남북정상회담]만남 자체에 큰의미 둬야

  • 입력 2000년 6월 9일 23시 50분


한반도 분단 5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은 회담내용과 상관없이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회담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지라도 그렇다.

정상회담 합의는 양측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나선 첫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김정일 총비서는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유업을 승계했음을 내외에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특히 ‘남조선 당국자’가 먼저 평양을 방문하는 데 대한 선전적 의미는 대단하다. 평양당국은 경제지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정치군사 현안 타결, 이산가족 상봉 등 실질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북은 아직 상호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은 연방제를 주장하지만 남측은 적화통일을 두려워한다.

서울은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북측은 이를 걱정한다. 북한은 ‘개혁개방은 체제몰락’이라고 인식하면서도 남한의 투자 기술에는 관심을 보인다. 양측간 경제협력의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의 전망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남한 반정부단체의 평양 범민족대회 참가 강행이나 한미 군사훈련 등 단기적으로 긴장이 높아질 계기는 얼마든지 있다.

평양회담이 처음이자 마지막 정상회담이 될지도 모를 위험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상회담의 의미는 장기적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회담 자체는 양측의 정치 선전적 입장이 부닥치는 장이 될 것이다.

남한은 당장 가시적 성과를 얻겠다는 의도를 가진 전략으로는 이러한 회담의 기조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번 회담을 향후 대북관계에 대한 인내심 배양과 일관성 유지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반 자하르첸코(러 이타르타스통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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