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장례식 이모저모]외국사절 300여명 '弔問외교'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지난달 14일 뇌경색으로 숨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일본총리의 ‘내각 자민당 합동장’(장의위원장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이 8일 오후 도쿄(東京) 부도칸(武道館)에서 거행됐다. 장례식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등 179개 국가 및 지역, 국제기관 대표 359명을 비롯해 일본 국내외 인사 6000여명이 참석했다. 황실에서는 황태자부처가 참석했다.

정상급 17명 등 각료급 이상이 90여명이나 돼 모리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 등은 활발한 외교를 벌였다.

▼장례식▼

유골함을 실은 장의차는 이날 오후 1시20분경 도쿄도 내 자택을 떠나 국회 총리관저 자민당본부를 거쳐 오후 2시경 장례식장인 부도칸에 도착했다.

제단은 오부치 전총리가 오키나와(沖繩) G8정상회담에 애썼던 것을 기리기 위해 국화로 흰 모래와 푸른 바다 모양으로 장식했다. 한국정부가 추서한 수교훈장 광화대장도 전시됐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40분경 부도칸에 도착,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조문사절석의 맨 앞에 앉았다. 가장 늦게 도착한 클린턴 미 대통령과는 눈인사를 나눴다.

곧이어 참석자들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다. 오부치 전총리의 출생에서 타계까지 일생을 담은 기록필름이 5분간 상연됐다.

▼김대통령 조문외교▼

○…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장례식 직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김대통령과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네 번째 단독회담. 지난해 9월 뉴질랜드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후 9개월여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이견설을 일소하듯 시종 밝은 표정으로 예정보다 두배 늘어난 30여분간 회담하며 돈독한 우의를 과시.

클린턴대통령은 “김대통령이야말로 북한이 발전하도록 설득하고 도와주는데 가장 적절한 분”이라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

김대통령은 클린턴대통령에게 “12일 평양에 가는데 좋은 충고 있으면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고 클린턴대통령은 “매우 기쁜 소식이어서 흥분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동북아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

○…김대통령은 클린턴대통령의 도쿄(東京)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일정을 바꿔 오전에 영빈관에서 모리총리와 30여분간 단독회담.

회담에서 김대통령은 모리총리에게 “오부치 전총리의 장례식도 있지만 모리총리와 만나 동북아 및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인사. 모리총리는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과 관련, “김위원장이 자신을 지원해줄 나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북한의 개혁개방은 자신들의 경제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는 후문.

○…김대통령은 이날 일본으로부터 각별한 예우를 받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달라진 위상을 입증. 김대통령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정상들이 하네다(羽田)공항 도착시 자국 일본대사의 영접을 받은 것과 달리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외상의 영접을 받았으며 장례식 헌화 등 모든 행사에서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도쿄〓최영묵기자·심규선특파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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