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新엄지손가락族' 물결…전화 E메일 "척척"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38분


일본에는 요즘 '신(新)엄지손가락족'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한 손으로 들고 엄지손가락만을 재빨리 움직여 버튼을 누르는 모습에서 따온 신조어. 엄지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데 익숙한 10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조 '엄지손가락족'은 1951년에 처음 나왔다. 빠찡꼬에 구슬을 넣고 튕겨올릴 때 엄지손가락을 얼마나 잘 놀리느냐가 돈을 따고 잃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 그러나 빠찡꼬 기계가 자동화되면서 엄지손가락족도 사라져 갔다.

그 엄지손가락족이 휴대전화를 통해 5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휴대전화로 전화만 걸 때는 시간을 다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로 E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손가락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빨리 버튼을 누르는 만큼 요금이 절약되기 때문. 지난해 2월에 등장한 NTT 도코모의 I모드가 몰고 온 변화다. 이 서비스를 시작할 때 기술자들은 성공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예상을 깨고 쉽게 적응했다. 10대들의 엄지손가락 움직임이 상상 이상으로 빨라지자 5월에 창간된 어느 메일친구 모집 전문잡지는 '엄지손가락 왕'이라는 난을 마련했다. 주어진 문장을 엄지손가락만으로 누가 먼저 치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휴대전화는 일본 젊은이들의 생활습관과 인간관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타큐슈(北九州)대학의 한 학생이 쓴 졸업논문에 따르면 약속시간에 늦는 상대를 기다려 주는 시간이 휴대전화를 자주 이용하는 학생일수록 짧았다.

또 수백개의 전화번호 입력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단 전화를 걸어 대화는 나눴지만 언제 어디서 만난 누구인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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