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추가 증산 없다"…高유가 장기화 우려

  • 입력 2000년 5월 19일 20시 48분


5월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유가가 18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마침내 3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고유가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4월부터 하루 170만배럴씩 증산하면서 잠시 고공행진이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1주일 사이 배럴당 29달러 안팎에서 맴돌다가 급기야 30달러선을 뚫고 올라섰다.

문제는 이런 고유가 행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시장여건이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산유국이 추가 증산을 안 할 경우 세계적으로 3·4분기(7∼9월)에는 하루 22만배럴이, 4·4분기(10∼12월)에는 하루 172만배럴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여름철에는 자동차와 냉방 연료 수요가 급증한다. 그럼에도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회원국들은 "내달 21일 OPEC각료회의에서 추가 증산 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OPEC는 3월 회의 때 기준유가가 배럴당 22∼28달러선을 20일 동안 계속 벗어나면 의장직권으로 하루 50만배럴씩 증산 또는 감산을 결정할 수 있는 '유가 밴드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렇지만 현재 OPEC 기준유가는 배럴당 25달러 안팎에 있으므로 추가증산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페가수스 경제통계그룹의 분석가 조지 에반스는 현재의 고유가 행진이 시장의 가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국제원유시장에 우선 물량을 확보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면서 "OPEC는 당초 합의한 하루 산유량 2560만배럴보다 100만배럴씩 더 생산하고 있어 추가증산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OPEC가 증산키로 하더라도 정작 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기도 하다. 이란 이라크 등 산유국들은 대부분 생산시설을 풀가동하고 있으며 증산 여지가 있는 나라는 사우디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정도.

전문가들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가 동향에 극도로 민감한 미국 정부가 내달 중순까지 유가가 30달러선에 있을 경우 OPEC에 공식적으로 증산을 촉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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