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부당국자, 잇단 현안 돌출에 "당혹"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의 해묵은 현안들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불거지면서 양국 정부 당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매향리 사건으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한미행정협정·SOFA)개정에 대한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다 노근리 사건조차 미 언론간에 증언자의 증언에 대한 진위 공방이 벌어지면서 한미 관계가 ‘비등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진단까지 나오는 실정.

당초 한미행정협정상의 범죄인 인도 시기에 맞춰졌던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임대료 납부, 양민학살 진상 규명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서는 분위기. 이같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정부 당국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 SOFA 개정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미국에 끌려다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교통상부는 전임 홍순영(洪淳瑛)장관이 SOFA의 조속한 개정을 공식 석상에서 미국측에 촉구한 일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주체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중.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시민단체들의 질타를 수용하면서도 “별다른 카드가 없는 우리 정부가 얻어낼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항변.

여기에는 주한 미군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이상, 본질(주한 미군)과 부차적인 문제(행정협정 등)가 뒤바뀌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게 사실.

96년 중단됐던 SOFA개정 협상의 재개는 당초 지난달 이뤄질 전망이었으나 최근 미 국방부 의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다소 시간이 늦춰지고 있다는 전언.

○…주한 미국대사관측도 최근의 반미(反美)기류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 제럴드 매크록린 공보관은 17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빠른 시일 내 SOFA개정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과 SOFA개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최근의 문제들이 한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

이에 앞서 16일 열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모임에서도 매향리 사건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후문. 외교안보연구원의 유석렬(柳錫烈)교수는 “한미 관계에 있어 큰 문제는 큰 문제대로, 작은 문제는 작은 문제대로 분리해서 철저히 다뤄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미국은 행협 개정 등 한국민의 요구 사항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우리 국민도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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