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게시판 관리책임 업체에 있나…英-美 상반된 판결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인터넷 정보서비스업체(ISP)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E메일의 내용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할까.

이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법원이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3일 전했다.

영국 법원은 인터넷상의 게시판 내용이나 E메일 내용이 ‘준 출판물’인 만큼 ISP에 관리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반면 미국 법원은 ISP가 게시판 내용이나 E메일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인터넷상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ISP에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영국의 핵물리학자 로렌스 고드프리박사는 지난달 영국 최대의 ISP인 데몬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데몬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익명의 네티즌 2명이 그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

법원은 데몬사의 책임을 인정했고 그는 법정 밖 화해를 통해 1만5000파운드(약 270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반면 미국 뉴욕주 항소법원은 최근 알렉산더 루니가 미국의 거대 ISP 프로디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ISP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이나 E메일의 모든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루니는 누군가 그의 이름을 빌려 협박과 욕설이 담긴 E메일을 제3의 인물에게 보낸 뒤 경찰로부터 협박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자 프로디지사를 고소했다.

미 법원은 “E메일 통신이나 게시판 내용 등은 일반적인 전화통화와 비슷해 이를 검열하는 것은 인터넷상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수많은 E메일 통신내용을 살피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상이한 판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보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영국의 일부 개인과 기업은 ‘인터넷상의 언론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계 ISP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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