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대통령 '강력한 리더십'확립 의회장악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의회에서 잇단 정치적 승리를 일궈내며 강력한 지도력을 굳혀 나가고 있다. 러시아 연방회의(상원)는 19일 푸틴이 제출한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 해임안을 133대 10의 압도적인 표차로 동의했다.

상원은 이날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14일 통과시킨 제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비준안도 가결했다.

푸틴은 이날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차례나 상원에 제출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스쿠라토프 해임안을 관철시켜 의회에 대한 장악력을 과시했다. 스쿠라토프의 해임은 옐친 집권 당시부터 크렘린측의 해묵은 과제였다. 스쿠라토프가 지난 한해 동안 옐친과 푸틴을 끈질기게 괴롭혀 왔기 때문이다.

옐친은 지난해 4월 스쿠라토프가 2명의 젊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자 검찰총장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며 그를 해임했다. 그러나 스쿠라토프는 “비디오테이프는 조작됐으며 옐친 일가 등 크렘린 고위층의 비리를 수사한 데 대한 보복으로 해임됐다”고 주장하며 검찰총장직을 지켜왔다.스쿠라토프는 옐친의 후계자인 푸틴도 비리에 연루됐다고 비난하며 자신이 직접 3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비록 0.5%의 득표율에 머물렀으나 선거기간 내내 인신공격과 비난으로 푸틴진영을 괴롭혔다.

푸틴이 93년 이후 7년간 끌어온 STARTⅡ의 의회 비준을 이끌어낸 것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하원을 장악한 공산당은 이 협정이 러시아군의 전력을 약화시킨다고 반대해 왔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의회의 공산당 지배구도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푸틴은 14일 직접 하원에 출석해 STARTⅡ 비준을 받아냈다.

푸틴은 다음달 7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세제 개혁과 토지사유화법안 등 그동안 의회의 반대로 좌절됐던 개혁입법 처리를 강력히 밀어붙일 계획이다. STARTⅡ 비준과 스쿠라토프 해임안은 이를 앞두고 의회 장악력을 점검해본 ‘도상훈련’이었다는 분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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