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후지모리 下野시위 확산…리마 이틀째 대규모 집회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44분


9일 실시된 페루 대통령 선거 결과 집계 및 공식 발표가 뚜렷한 이유없이 늦어지면서 페루 정국이 극도로 혼미해지고 있다.

야당과 일반 시민들은 투표 결과에 불복할 것임을 밝히고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야당후보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 지지자와 대학생 노동자 등 2만5000여명은 11일 밤늦게까지 수도 리마의 중심가에서 결선투표 실시와 후지모리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틀째 벌였다. 노조 지도자들은 12일 오후(한국시간 13일 오전)에도 대규모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톨레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후지모리대통령이 51%를 득표했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면서 “결선투표를 치르지 않으면 어떠한 선거결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지모리대통령이 이번에 과반수로 단번에 당선된 것으로 선거결과가 나올 경우 총파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지지자들에게는 ‘평화적인 저항’을 요구했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오후 90.82%의 중간 개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후지모리 후보가 49.79%를 득표해 톨레도(40.39%) 후보에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최종 집계결과 후지모리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 득표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페루 야당과 선거감시 활동을 벌인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이번 선거 투개표 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투개표 부정 유형은 △후지모리 외에는 기표란에 왁스가 칠해져 기표를 못하는 경우 △후지모리에게 기표된 몰표 발견 △톨레도 후보 지지표 무효 처리 △선관위 컴퓨터 조작 등.

한편 조 록하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페루는 결선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차기 정부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결선투표를 촉구해 여차하면 페루 정국에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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