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주요국 정부-언론 반응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남북한의 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은 10일 국제뉴스 가운데 단연 톱기사였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한국과 시차가 있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까지 현지시간으로 9일 밤과 10일 새벽에 정부 및 한반도 전문가들이 긴급논평을 했다. 외신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추진해온 남북평화공존 구상에 탄력이 붙어 북한과 일본,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동아시아 안전보장 체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미국 워싱턴 시간으로 9일 밤 8시에 한국정부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미 정부의 공식입장 표명은 10일(현지시간)로 미뤄졌다. 그러나 긴급한 사안인 탓에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미국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며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보다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미국은 항상 남북대화를 지지해왔으며 이번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말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전 주한 미대사도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남북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이벤트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 김정일(金正日)정권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회담이 매우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케네스 퀴노네스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한반도문제는 당사자가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크다”고 밝히고 “그러나 복잡한 남북관계에 비춰볼 때 너무 성급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일본 신문들은 모두 석간 1면 머리기사로, NHK방송은 매 시간 가장 중요한 뉴스로 다뤘다. 일본 언론은 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총선 사흘 전에 발표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여당이 총선거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또 북한당국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회담에 응한 것을 보면 북한이 상당한 대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아사히신문은 “지금까지 외교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김정일 총비서가 지금 이 시기에 왜 정상회담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한국측이 북한에 경제적인 호조건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했다.

▼중국▼

중국 정치학회 부회장인 자오바오쉬(趙寶煦)박사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남북분단 50여년 만의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는 물론 세계평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러시아의 외무부 고위 관리들은 남북정상회담을 머리기사로 다룬 관영 이타르타스통신 및 RTR 방송뉴스와의 회견을 통해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외무부 아주부국장도 “회담성사가 (남북한 관계의) 진전으로 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유럽▼

서방선진 7개국(G7) 중 유일하게 북한과 수교한 이탈리아의 마리오 시카 외무부 아태총국장은 “김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계기이며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을 통해 번영과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시카국장은 “이탈리아는 북한과의 수교협상 과정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북한에 전달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공보처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매우 놀랍고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김대통령이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한 대화를 제의한 지 한달 만에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모스크바·파리〓한기흥·심규선·이종환·김기현·김세원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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