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편의점은 정보-서비스 터미널…은행-관공서 업무 대행

  • 입력 2000년 3월 6일 08시 23분


‘요람에서 무덤까지’.

과거 선진국의 복지정책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요즘 일본의 편의점들이 다루는 영역이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뜻이다.

세븐일레븐과 로손 등 8개 업체가 무려 3만4000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일본 편의점은 상품판매 뿐 아니라 은행 관공서 역할도 대신하고 인터넷 시대의 정보단말 거점이 됐다.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등 일본 굴지의 대기업들은 자본출자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편의점 업체를 등에 업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무엇이든 살 수 있다〓편의점에서는 진열 상품 뿐 아니라 점포 내 정보단말기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 로손이 1997년 전체 점포에 깐 전자상거래 단말시스템 ‘로피’를 통해선 각종 문화공연 티켓, 여행상품 항공권, 게임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신문 구독신청도 한다.

세븐일레븐도 6월이면 인터넷 회사 ‘세븐드림닷컴’을 설립해 편의점 단말기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곧 물건을 전달받게 할 계획이다. 머지 않아 편의점에서 자동차도 살 수 있다.도요타자동차는 편의점의 단말기를 통해 신차와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도 하기 위해 서클K와 상크스 두 업체와 교섭하고 있다.

▽은행, 관공서도 대신한다〓편의점에서 전기 수도 전화요금 등 각종 공과금 수납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최근 일반 금융서비스도 시작하고 있다.

로손은 1998년부터 상와은행 후지은행 등과 손잡고 점포에 현금자동인출기를 설치했다. ‘ampm’은 지난해 3월 입출금외에 정기예금을 시작하거나 대출도 신청하는 금융단말기를 들였다. 패밀리마트 등 5개 편의점 체인도 공동으로 금융단말기를 설치중이다. 보험 투자신탁 증권도 편의점 단말기를 이용해 팔고사는 시대가 올 것이다.

관공서 역할도 한다. 로손은 일부 점포에서 온라인으로 주민등록등본 발급업무를 시범 실시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은 세금수납 대행을 추진중이다. 일본 자치성은 작년 7월부터 편의점 단말기로 투표하는 새로운 선거방식을 궁리하고 있다.

▽노인들도 돌본다〓세븐일레븐은 의료사업서비스업체인 니치이갓칸과 미쓰이물산, NEC 등과 합작회사를 세우고 7월부터는 노인 간호서비스를 시작할 계획. 이 편의점은 산하 8200개 점포망과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따끈한 음식을 거동이 불편한 노인 집에 배달하게 된다. 긴급할 때는 가정에서 전용단말기를 조작하면 편의점에 바로 연결돼 간호인력이 출동한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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