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피해 모잠비크 女人 나무위서 '기적의 출산'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도 새 생명의 탄생을 막지는 못했다.

사상 최악의 홍수피해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1일 물난리를 피해 나무로 기어올라간 한 산모가 나무 위에서 혼자 아기를 출산했다. 소피아 페드로(26)라는 이 여성은 쏟아지는 폭우와 굶주림 속에서도 끝까지 아기를 지켜 모성의 위대함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워줬다고 영국 BBC방송이 2일 보도했다.

▼나흘간 고립 외로운 死鬪▼

소피아가 나무 위로 올라간 것은 지난달 27일. 한달째 계속된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기자 소피아는 뱃속에 있는 새 생명을 위해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 주변에 있는 커다란 나무로 기어올랐다.

나무 위에서 구조를 기다린 지 나흘째 되던 날 갑자기 진통이 왔다. 진통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마침 헬리콥터를 타고 주변을 수색하던 구조대원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고통을 참고 있던 소피아를 발견했다. 위급상황임을 알게 된 구조대원이 급히 기지로 돌아가 응급장비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 사이 소피아는 이미 딸을 출산했다.

소피아는 헬기에서 밧줄로 내려보낸 가위로 탯줄을 끊고 구조대원에게 핏덩이 아기를 먼저 건넨 뒤 자신도 구조됐다.

▼딸 출산 순간 구조헬기 발견▼

소피아는 며칠째 계속된 긴장과 굶주림, 그리고 출산에 따른 피로로 탈진한 상태지만 아기가 건강하다는 소식에 “기쁘고 고맙다”는 말을 되뇌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재민수 100만명 넘을듯 ▼

지난달부터 시작된 폭우에 사이클론까지 겹쳐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긴 모잠비크의 피해는 엄청나다. 구호단체들은 이미 수천명이 숨졌으며 10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콜레라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으로 인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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